[책] '시간 여행' 소개
순례길에서 찾은 광야 서재의 자료들로 5권의 책을 집필한 모세, 그를 따라 나섰던 그날부터 시간여행은 시작되었다.
광야에서 만난 모세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목마름이 사라진다.
첫 문장 시내산 끝자락에 양 떼가 듬성듬성한 누런 풀포기들을 찾아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모세는 새벽이면 산에 올라 창조주 엘로힘 신에게 기도했다. 신은 일상에서 그의 기도에 응답해 주었고 그 경험들이 쌓여갔다. 묵상과 기도로 신과 친밀함이 더해졌고 그에 관하여 점점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오전에는 양들을 몰고 나가 꼴을 먹이며 목자로서 일과를 시작했다. 그는 불안과 긴장으로 왕궁에 사는 것보다 광야의 양치기로 편안하게 사는 삶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집트에서의 과거가 희미한 색깔로 옅어져 갔다.
수없이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며 어느덧 모세의 머리 위에 백발이 내려앉았다. 어느 날 그는 양들을 몰고 산허리를 돌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가시떨기나무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었다. 유심히 보니 이상한 불이었다. 불은 타는데 나뭇가지는 여전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갔다.
“모세야, 가까이 오지 마라. 이곳은 거룩한 땅이니 너는 신을 벗어라.”
천둥소리 같은 음성이 산울림으로 여운을 남겼다. 깜짝 놀랐다. 직감적으로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 조상 아브라함의 하나님 엘로힘 신의 음성인가. 그가 신을 벗고 땅에 엎드렸다. 그가 신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히브리인 조상들의 하나님 엘로힘 신입니까?”
“맞다. 그런데 너는 나 엘로힘이 어떤 신이라고 생각하느냐?”
“이 세상을 지으신 창조주요 모든 신중에 뛰어난 전능하신 초월자로 알고 있습니다.”
산을 울리던 신의 음성이 내성으로 바뀌었다. 그의 마음과 생각 속에 분명하게 들리고 인식되는 대화였다.
“나의 또 다른 이름은 여호와니라. 나는 스스로 있는 자니라.”
더는 신의 음성이 들려오지 않았다. 조상 아브라함이 만났다는 신을 자신도 경험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순례 여행길에 그토록 듣고 싶었던 신의 음성을 직접 들었다.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나도 아브라함처럼 신을 만났노라고 누구에겐가 소리치고 싶었다. 그는 두 팔을 벌리고 큰소리로 웃었다. 작은 메아리가 기뻐하는 그의 마음에 응답했다. 그는 신을 경험했다는 사실만으로 기뻐했다.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았을 때 신과의 대화 내용을 떠올렸다. 신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엘로힘의 다른 이름이 여호와라면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날 저녁 모세는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아내에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사위가 고즈넉했다. 발길을 인도하는 달빛 따라 산에 올랐다. 새벽마다 다니던 길인지라 산에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펑퍼짐한 바위가 있는 곳, 늘 기도하던 자리에 이르렀다. 그는 신의 음성이 뜻하는 바를 깨닫게 해달라고 엎드려 기도했다. 철야를 하고 새벽이 되어 산에서 내려왔다. 기도하고 묵상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그의 새벽 기도시간은 밤 기도로 바뀌었다.
그는 신의 음성이 뜻하는 바를 점차 깨닫게 되었다. 엘로힘과 여호와는 성품의 차이를 의미했다. 엘로힘은 전능하신 창조주의 초월적인 성품이었고, 여호와는 자기가 택한 사람들에게 임재하여 함께하는 신의 내재적인 성품이었다. 자기 백성들 속에 들어와 거하며 인격적 관계를 맺고 그들을 인도하는 창조주의 또 다른 성품이었다.
여호와는 모세에게 지금은 그를 다 알 수 없지만, 소통의 경험을 통해 장차 더욱 알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역사 속에 증명될 것이라며 ‘I will be what I will be.’라고 미래형으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모세는 신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자신이 보였다. 형언할 수 없이 크고 거룩한 신 앞에서 자신의 비천함이 드러났다. 미물 같은 피조물이 너무도 교만했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의 자각으로 자아가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의 임재 앞에서 신발을 벗어야 하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그는 여호와 신과의 내적 교제가 깊어졌다. 절규하며 소리치던 그의 기도는 대화하듯 소통이 안정되었다. 신에 대한 이해의 폭이 짧은 기간에 증폭되었다. 그는 신과의 영적 소통으로 기쁨과 내적 충만함을 느꼈다. 이집트 왕궁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행복이었다. 이것이 인간이 누리는 진정한 복이로구나 생각했다.
어느 날 선이 굵은 신의 음성이 들렸다. 그는 전율했다.
“이제 너는 일어나 이집트로 가라. 내 백성이 고통으로 괴로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그들을 아브라함에게 약속한 가나안 땅으로 인도할 것이다. 네가 가서 그들을 이끌고 나와 이곳으로 오너라.”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과거는 애써 잊어버렸다. 마음 잡고 평범한 일상의 족함을 누리며 사는데…. 사십여 년 전 이집트에서 신의 뜻이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할 때 신은 침묵했다. 그래서 그는 도망자가 되었다. 팔십이 되어가는 나이에 인제 와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히브리 백성을 인도해 오라고? 이집트 왕자라는 막강한 힘이 있을 때도 그들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하물며 광야의 양치기 노인을 그들이 거들떠나 볼 것인가. 몇 날 며칠을 고민해도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여호와여, 제가 무엇이라고 그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나오겠습니까?”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네가 내 백성을 이끌고 나와 이 산에서 예배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네가 누군데 어떤 신이 너를 보냈느냐며 빈정대면 어찌해야 합니까?”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 너를 보냈다고 말하거라. 그들이 믿지 않으면 지팡이가 뱀이 되는 이적과 네 손이 불치의 악성 피부병으로 변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회복되는 이적을 보여 주어라.”
“그래도 전혀 낯선 외부인의 말을 히브리 공동체가 순순히 받아들이겠습니까? 저 대신 그 공동체 안에서 말에 권위가 있는 자를 택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네가 언제까지 핑계를 늘어놓을 작정이냐? 네가 조력자를 원하면 너에게 아론을 붙여주겠다. 필요한 때마다 내가 일러준 말을 그에게 전하여 그가 백성들에게 말하도록 해라.”
모세가 더는 여호와 앞에 핑계할 수 없음을 알고 순종하기로 했다.
추천의 글
저자의 탄탄한 신학적 바탕이 돋보였습니다. 그는 우리와 동일시할 수 있는 한 평범한 모델로서 모세를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예수그리스도의 그림자로서 탁월한 모세를 가까이서 만나게 해주기도 합니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모세와 더욱 친해지고, 그와 함께하셨던 하나님과 가까워지리라 확신하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양정국 목사_ 홍성장로교회
분주한 일상에 묻혀 성경과 거리를 둔 독자라면, 그러면서도 여전히 말씀에 갈증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은 오감을 깨워줄 것이다. 성경을 더 가까이하도록 만들어줄 것이며 성경 옆에 두고 싶은 책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송춘복 목사_ 호평교회
저자는 모세가 만난 인물 한 명, 한 명도 빠짐없이 찾아가 인터뷰 를 했다. 하셉수트 여왕, 십보라, 여호수아와 갈렙, 족장들, 모압왕…. 상황을 충분히 인식한 후에, 그들의 내면을 파헤치는 신비한 능력에, 독자가 그 공간 속으로 빠져들어 갈 수밖에 없게 한다. 무엇보다도 모세의 일상을 따라붙어 사건들 속에서, 그가 느꼈을 갈등, 배신, 분노, 우울, 하나님의 은혜, 수많은 기적을 저자는 그대로 체험했다.
가순열 작가_ 서귀포성결교회 권사
모세와 함께 시 간 여 행
목 차
1. 망명객
2. 제왕 수업
3. 가나안 순례
4. 메소포타미아
5. 투트모세 왕가
6. 하프타임
7. 탈출
8. 언약
9. 진군나팔
10. 가데스 바네아
11. 광야 학교
12. 모압 평야
<프롤로그>
“지금 한국교회엔 문학이 필요하다.”
최근 책을 낸 어떤 이가 문학과 신앙의 상호관계를 피력했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 환경에서 스스로 성경을 읽고 이해하며 신앙을 더 깊게 하는데 문학의 효용을 역설했다.
사람들은 혼자서 성경을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구약성경은 더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당시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과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성경은 내용 전개와 구조가 현대적 형태와 다르다. 나아가 인간 저자의 지혜를 넘어 신의 지혜가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성경은 1600년 동안 40여 명이 썼다고 알려져 있고 최초의 성경 기자는 모세였다. 총 66권 중 다섯 권을 그가 기록했고 ‘모세오경’이라 칭한다. 그중에 그의 생애가 언급된 책은 ‘출애굽기’와 ‘민수기’이다. 특이한 것은 그의 생애 동안 경험한 일들의 성경 속 기록이 종반 40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반과 중반의 80년 기록은 출생, 망명, 신을 만난 경험을 짧게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그에 관한 책들이 개인적인 전기가 아님을 시사하며 저자의 특별한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구약성경은 신화나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성경은 신이 인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간 저자를 통해 기록했다. 모세의 생애 사건들을 통하여 세상과 인생, 초월과 영원에 관하여 온 인류에게 말하고 싶은 진리와 지혜를 역사에 담았다.
모세의 출생은 나와 우리의 출생 모델이다. 이 땅에서 한 인생의 시작은 우연이 아니라 창조주의 섭리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제왕 수업을 받았던 그가 왕궁을 떠나 광야에 묻혀 산 세월은 바람을 좇는 우리의 허무한 인생 그림이며, 신에게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는 고해 같은 우리네 고단한 삶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현대인은 나의 존재, 내 생애가 갖는 의미를 깨닫지 못한 채 살아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어렵지만 풀어야 할 인생의 숙제다. 답을 찾지 못해 중도에 포기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성급한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숫자가 만만치 않다는 통계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한다. 창조주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들어보는 기회를 얻었다면 그 인생은 분명히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 사례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저자 본인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 책은 시대정신의 재정립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삶의 해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지혜서가 되어줄 것이다. 모세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많은 자료조사와 묵상을 통해 진리가 주는 희열을 맛보며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이 책이 문학의 옷을 입었지만, 소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소설의 구성을 위해 성경을 배경으로 활용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의 내용 전개를 성실하게 따르려고 노력했으며 그 표현 방식에서 소설의 형태를 취했을 뿐이다. 다만 성경에 정보가 없는 모세의 이집트 왕자 시절의 제왕 수업, 40년의 광야 망명 시절 가나안 땅과 메소포타미아 지방 순례 여행 에피소드를 삽입했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레위기에 언급된 그 땅에 대한 정보를 그렇게 세세히 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야곱 가족들이 요셉이 있는 이집트로 이주한 시기나 힉소스 정권과의 연관성, 이집트에서의 체류 기간과 출애굽 연대 등은 여러 학설이 있지만, 기독교문서선교회가 펴낸 레온 J. 우드의 「이스라엘의 역사」를 참고하여 요셉의 활동 시기는 이집트 15왕조의 힉소스 때가 아니라 중왕국 12왕조의 초기출애굽설(B.C.1446년)을 취했다. 모세를 입양한 공주는 하셉수트이며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출1:8)은 투트모세 1세 학설을 배경으로 설정했다.
독자들이 구약성경, 특히 모세오경이 읽히고 신약 성경까지 관통하는 흐름과 복음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 번쯤은 성경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고 싶은 분이나 모세오경의 통합적 이해와 메시지를 듣고 싶은 독자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소그룹에서 함께 읽고 나누기 원하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선교지는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성경을 쉽게 읽을 수 없는 곳이 많다. 선교사로서 25년 넘게 현지인들에게 성경과 신학을 가르친 저자는 늘 안타까운 마음으로 선교지의 지도자들과 성도들이 어떻게 하면 성경과 친밀해질 수 있을까 고심했다. 성경 내용의 배경과 상황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현대인의 시각으로 사건을 재조명하여 음미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독자가 자기 적용까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이 책의 번역본이 선교지 사람들의 손에까지 들려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사복음서 「벤아담」에 이어 두 번째로 「모세와 함께한 시간여행」을 코로나로 웅크린 세상 구석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썼다. 옆에서 여러 가지 배려로 함께한 아내와 가온 출판사 김정현 대표님, 많은 기도의 동역자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2021년 피지 선교지에서
도서 [시간여행] 구매 방법은?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도서, 11번가 등 서점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시거나 지인들에게 선물하시는 경우 리뷰를 남겨 주세요.
모세와 함께 시간여행 - 교보문고
『모세와 함께 시간여행』은 〈망명객〉, 〈제왕수업〉, 〈가나안 순례〉, 〈메소포타미아〉, 〈투르모세 왕가〉, 〈하프타임〉 등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www.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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