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3] 꽃잎 뿌리는 천사들
사십의 순례자 꽃망울로 이십오 년, 소리 없는 광야의 새벽이슬 야생초 뿌리의 버팀목이네
이국에 내린 첫날 기념하며 사진 찍던
초딩이 아들까지 손주들을 주렁주렁
삼십 대 청순한 아내 할머니가 되었네
한 송이 꽃을 위해 태양은 뜨거웠고
낯선 땅에 만개할 그 날을 앙망하며
사십의 순례자 꽃망울로 이십오 년
소리 없는 광야의 새벽이슬
야생초 뿌리의 버팀목이네
야자수 밑 인연들은 밝아진 눈을 뜨고
황혼에 하늘 구름 사방으로 퍼져가니
천사들 꽃잎 뿌리며 수평선에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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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밭
채송화 화단에 앙증맞은 꽃의 카페트
이슬 머금고 옹기종기 아침을 열었다
이름 모를 잡초들이 끼어들어
삐죽이 키를 세운다.
미소로 지켜보던 농부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잡초를 뽑는다
개미 똥만큼 작은 노란 꽃을
보일 듯 말 듯 피워놓고
잡초가 손을 들고 항의를 한다
나도 꽃을 피웠는데 왜 뽑느냐고
작은 꽃이라고 멸시하느냐고
순간 농부가 대답이 궁했다
그리고 한 마디
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곳에서
꽃을 피운 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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