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JI박영주의 미션노블 [아그니의 불] 연재 3회

3
아그니가 집 옆 사원 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여동생은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을 떨며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안쪽 천장으로 시선이 갔다. 대들보에 목을 맨 아버지가 혀를 내밀고 매달려 있었다.
눈앞이 새하얗게 흐려졌고 세상이 빙글 돌았다.
그는 동생을 일으켜 세워 안고 사원을 나와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가 달려왔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의 시신을 내려 바닥에 눕혔다.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숨이 끊어진 지 꽤 시간이 지난 듯했다. 맥이 풀려 둘 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원 안에 진열된 신상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 장례식 날, 어떻게 알았는지 오랫동안 소식을 끊고 있던 이모가 나타났다.
샴과 도망 다니며 살다가 얼마 전에 그와 헤어졌다고 했다.
그녀는 자기를 아껴주었던 형부의 시신 앞에서 슬피 울었다.
힌두교 의식에 따라 장례식이 진행되었다.
영구차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한적한 길을 지나며 먼지를 피웠다.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화장터 입구에 “로부 화장터” 아치형 간판이 보였다.

쌓아 놓은 장작더미 위에 기름을 뿌리고 흰 천으로 덮은 관을 올려놓았다. 사제가 주문을 읊조린 뒤 불을 붙였다.
기름을 머금은 장작더미가 순식간에 붉은 화염으로 번졌다. 함께 온 사람들은 멀찍이 서서 지켜보았다.
어머니와 이모가 또다시 통곡했고 그와 동생도 펑펑 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의 가족은 변두리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함께 지내게 된 이모는 시름시름 앓았고 밤마다 악몽을 꾸었다.
어떤 밤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을 나와 들판과 산을 헤매다가 정신을 차리고 돌아오곤 했다.
이모는 아버지를 화장할 때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고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가 자신을 휘감았다고 했다.
사람들은 죽은 아버지 혼령이 그녀에게 씌었다고 했다.
어느 날 이모는 맹그로브 우거진 개울가에서 알 수 없는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아버지의 끔찍한 죽음 뒤를 이은 이모의 죽음에 어머니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죽기 전 이모에게 보였던 비슷한 증상이 여동생에게도 나타났다.
어머니는 공황 상태였지만 딸의 아픔 때문에 정신을 붙들려고 애쓰는 듯했다.
그는 허탈하고 맥이 빠졌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서 있어도 서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늦은 밤 동네 개들이 유난히 극성스럽게 짖었다. 그는 밖으로 나와 마당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구름 속에 걸쳐 있는 하현달을 바라보며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어렴풋한 허공에 검은 그림자 하나가 지붕 위를 스치듯 날아갔다.
문득 부엉이가 집 지붕을 가로질러 날아가면 집안에 불길한 일이 일어난다는 어른들의 말이 생각났다.
불안한 마음에 그는 어머니와 동생이 있는 방문 앞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작은 목소리로 어머니가 여동생에게 뭔가를 말씀하고 계셨다.
그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야 했기에 잠을 자두어야 했다.
이튿날 새벽 여명에 그는 밴을 끌고 집을 나섰다.
시내로 가는 큰길 바닥에 검은 물체가 보였다.
차에 치인 개 한 마리가 처참하게 죽어 있었다.
온종일 날씨는 무더웠고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까지 가슴을 짓눌렀다.
그는 오늘만큼은 일찍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아무도 없나? 그는 지친 몸을 풀려고 곧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외출한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시장에 좀 다녀왔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시며 여동생을 불렀다.
방 안에 사람의 기척이 없었다.
이번에는 더 큰 소리로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얘가 잠을 자나?”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얘가 어디 갔지?”
“답답해서 바람 쐬러 나갔나 보지 뭐.”
“그래도 네가 나가 좀 찾아봐라. 해가 떨어지고 있는데.”
그는 밖으로 나와서 집 주변을 둘러보며 큰소리로 여동생을 불렀다. 정적이 그의 목소리를 삼켰다.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토요일이다.
동생의 사니그라는 토요일에 불운한 기운이 더욱 영향을 미친다고 했던 사제의 말을 떠올렸다.
급한 걸음으로 동네 골목길로 나갔다.
길가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아주머니 셋을 보고 다가가서 물었다.
“누구 우리 여동생 못 보셨어요?”
“아니, 못 봤는데, 또 어디 나갔나 봐?”
조바심이 밀려왔다.
불안감에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 단편 [아그니의 불]은 계속해서 7회까지 연재됩니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선교사로 31년,
세월의 발자취에 묻은 다양한 스토리들을 선교 소설 [MISSION NOVEL]로 엮어 봅니다.
계속 읽고 답글을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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