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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클팍 박영주 x 앙티수 남성숙 선교사의 피지선교 이야기 The mission stories of Uncle Park and Aunty Su in the South Pacific Islands

FIJI박영주의 미션노블 [아그니의 불] 연재 4회

  • 2026.07.31 08:13
  • 박영주의 글

동네 힌두교 사원 길

 

4

 

어디로 가야 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에 살던 집 옆에 있는 작은 힌두교 사원으로 뛰어갔다.

마음이 급해졌다.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사원 문을 밀고 들어섰다.

신들을 모신 사당 안에 엎드려 있는 동생이 보였다.

 

한 걸음에 달려가 안고 그녀를 뒤집었다.

의식을 잃은 채 피가 입가를 타고 흘러 목덜미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숨이 아직 이어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귀를 가까이 대자, 끊어질 듯 희미한 호흡이 느껴졌다.

바닥에 뚜껑이 열린 약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코를 찌르는 독한 냄새가 올라왔다.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

그는 동생의 어깨를 흔들었다.

 

“야, 정신 차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아직 살 수 있을까.

“일어나… 제발…”

그의 손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동생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떨어졌다.

 

두려움이 분노처럼 치밀어 올랐다.

그가 동생을 들어 올리자, 마치 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몸이 이렇게 가벼웠던가. 뼈만 남은 듯했다. 그는 더 생각할 틈이 없었다.

동생을 등에 업고 사원 밖으로 뛰쳐나왔다.

 

집 앞에서 불안한 모습으로 서성이는 어머니가 보였다.

하얗게 질린 어머니를 태우고 그는 차를 몰아 라우토카 병원으로 달렸다.

 

 

 

 

라우토카 병원 Fiji

 

 

 

응급실 문을 들어서며 큰소리로 의사를 불렀다.

의사 대부분은 이미 퇴근한 뒤였다. 당직 의사가 간호사와 함께 나타났다.

 

“우리 동생 좀 살려 주세요, 선생님.”

“어떻게 된 거요?”

“아마도 제초제를 마신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옮기세요!”

 

간호사와 함께 동생을 환자 이송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주사기가 꽂히고, 산소마스크가 씌워졌다.

누군가 맥박을 확인했다. 응급처치가 시작되었다.

간호사가 가족들은 밖에 나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는 하염없이 울고 있는 어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울지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

복도 의자에 어머니를 앉게 하고 자신도 옆자리에 앉았다.

온몸의 힘이 풀리며 흑암의 깊은 수렁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듯했다.

 

동생은 밤늦게 의식을 잠시 되찾았지만, 다시 혼수상태에 빠졌다.

어머니는 딸 병상에 붙어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누구를 향한 것인지 모르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면서도 가족을 고통스럽게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두렵기도 했다.

 

그는 병실을 나왔다. 복도에 빈 의자가 없어 흰 벽에 기대어 섰다.

삶이 너무 버거웠다. 동생이 너무 불쌍하고,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어머니도 안타깝기만 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는 헝클어진 생각을 추스를 수 없었다. 머리만 아플 뿐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사십 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키 큰 남자가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미소를 띠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그는 낯선 사람이 다가와 말을 건네자 당황하여 말없이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저는 프랭크입니다. 호주에서 온 선교사인데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예? 무슨 말을…?”

“가족 중에 입원한 환자라도 있으신가요?”

“예, 동생이 이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그 남자의 인상이 좋아 보여 그는 마지못해 응대했다.

 

 

 

 

LTK 병원 대기실

 

 

 

프랭크는 입원한 동생과 가족에 관해 물으면서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했다.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프랭크의 말은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프랭크가 물었다.

“혹시… 제가 기도해도 괜찮겠습니까?”

 

'기도'라는 한마디에 그의 몸이 굳었다. 숨이 멎는 듯했다.

 

 

 

 

LTK 병원 입구

 

 

 

#  단편 [아그니의 불]은 계속해서 7회까지 연재됩니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남태평양 섬나라 피지에서 선교사로 31년,

   세월의 발자취에 묻은 다양한 스토리들을 선교 소설 [MISSION NOVEL]로 엮어 봅니다.

   

   피드백을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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